2011-11-04 23:22:14

Singles雜誌2011年11月號內文

【111104】Singles雜誌2011年11月號內文

L'AMOUR FOU 이동욱과 이진욱의 패션 무비      
<싱글즈> 2011년 11월호

“두 사람을 사랑할 순 없나요?” 여자가 말한다. “발이 없는 바람 속의 새처럼?” 남자는 대답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남자가 그랬다. “단 한 번만이라도….” 눅눅한 쿠바산 시가의 달콤쌉싸래한 향이 퍼질 것 같은 홍콩의 골목 골목과, 스치고 만나고 또 돌아 헤어지는 거리에서 그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도 없이 끝도 없이 찰나로만 남는다. 우리가 사랑하는 배우 이동욱과 이진욱이 랄프 로렌 데님 앤 서플라이를 입고 <싱글즈>의 카메라 앞에서 열연한 패션 청춘 영화, 지금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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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오렌지 컬러 반팔 티셔츠 4만8000원, 데님 셔츠 15만8000원, 카키 컬러 후드 점퍼 38만8000원, 데님 팬츠 26만8000원. 
(이진욱) 그레이 컬러 티셔츠 4만8000원, 블랙 집업 후드 14만8000원, 베스트 17만8000원, 니트 머플러 13만8000원, 데님 팬츠 46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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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아이보리 브이넥 니트 15만8000원, 퍼가 달린 카키 패딩 베스트 27만8000원, 베이지 니트 머플러 9만8000원, 데님 팬츠 12만8000원, 브라운 운동화는 컨버스 12만9000원.
(여자 모델) 브라운 토글 버튼 니트 41만8000원, 베이지 컬러 쇼츠 19만8000원, 아이보리 니트 비니 7만8000원, 브라운 슈즈는 닥터마틴 21만원,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진욱) 카키 컬러 반팔 티셔츠 4만8000원, 체크 셔츠 11만8000원, 데님 재킷 45만8000원, 데님 팬츠 26만8000원, 비니 6만8000원, 카키색 운동화는 컨버스 7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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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아이보리 투톤 니트 17만8000원, 후드를 덧댄 네이비 코트 35만8000원.

이동욱이라는 뜨거운 냉정

“작품 하는 동안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어요. 그저 미친 듯 몰입하곤 해요. 그래서 배역에서 빠져 나오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에요. 그리고 그런 성향이 아니더라도 작품 할 땐 사실 다른 걸 생각할 여유가 없어요. 이번 작품 할 때 거의 열흘 밤을 새가면서 촬영한 적도 있으니까요. 근데 전 그게 좋은 것 같아요. 치열하게 마치 죽을 듯 집중하는 것, 그게 저랑 맞아요.”

홍콩 스탠리의 낭만이 넘치는 해안가, 아늑한 하늘과 바다는 그 자체로 하나의 노천 카페 같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큰 개를 데리고 여유롭게 산책하는 사람들, 동양과 서양의 느낌이 묘하게 뒤섞여 기분 좋은 긴장감을 자아내는 신선한 공기, 빛이 어둠에 자리를 내어주기 시작한 짙은 밤바다…. 그곳의 한 작은 카페에 마주 앉은 이동욱은 누구라도 약간은 풀어지게 만드는 그런 풍경에 눈길 한번 주지 않고 한 마디 한 마디를 꼭꼭 눌러 이야기한다. 이따금 앞에 놓인 음료수를 한 모금씩 천천히 마실 뿐 고개도 한번 돌리지 않는다. 마치 언제 어느 곳에 있어도 스스로에게 완전히 집중하는 법을 터득한 사람처럼. 막힘 없이 유창하게 이야기하지만 듣는 사람을 왠지 긴장하게 하는 적재적소의 쉼표, 쉼표가 들어 있는 흥미로운 대화다. 이런 활자가 아닌 영상으로 고스란히 보여주고 싶은 그 모습을 약간은 신기하게 빤히 쳐다보고 있자니 마음속에 드는 생각은, ‘이 모습, 왠지 익숙한데?’
맞다. 전날 홍콩의 구석구석을 돌며 진행된 화보 촬영에서도 그랬다. ‘오늘 화보 스토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피식 웃으며 ‘귀여운 스토리다’라고 무심히 툭 이야기하다가도, ‘내가 얼마나 싫을 거야~’라고 낄낄 웃으며 짬짬이 스태프들과 개구지게 장난치다가도, 가는 곳마다 몰려드는 팬들에게 성실히 사인을 해주다가도, 에디터와 포토그래퍼의 ‘갈게요’ 하는 사인이 떨어지자마자, 단번에 애끓는 얼굴, 절망하는 어깨, 걷잡을 수 없이 성큼성큼 걷는 발걸음을 쏟아내는 사람. 그렇게 이동욱은 주변의 공기를 모두 빨아들일 듯한 어떤 특유의 에너지를 지녔다. 제대 직후의 작품인 <여인의 향기> 대본을 읽고 연기에 필요하겠단 생각으로 몇 달 만에 16kg을 감량하는 투지도 그런 것이리라. 다 함께 홍콩의 골목을 누비다보니 어느새 조금은 친해졌단 생각에 실없는 농을 던져보면 어김없이 다시금 긴장하게 만드는 이동욱과의 인터뷰는 그렇게 끊임없이 죄어졌다 풀어졌다를 반복하고 있다.

“뻔한 대답 같겠지만… 제 연기 활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팬들이에요. 군대를 다녀오는 동안에도 한결같이 기다려주는 그들은 제가 또다시 연기할 수 있는 근거이니까요. 그런데 그런 건 있어요. 때론 잘 모르겠어요, 사람들이 내가 연기한 배역을 좋아하는 것인지 나란 사람을 좋아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모든 것을 ‘확신체’로 말할 것 같은 이 남자에게도 그렇게 작은 망설임이 느껴진다. 망설임까진 아니지만 하나 더 있다. 그럼 어제 화보처럼 친구와 연인 사이에서 누군가 반드시 한 명만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할 것 같냐는 질문엔 잠시 짧은 침묵 후에 이렇게 말을 잇는다. “여자를 선택할 것 같아요. 그녀와 사귀지 못할지라도… 그리고 친구는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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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비 피코트 45만8000원, 머플러 9만8000원, 레드 체크 셔츠 10만8000원, 베이지 워싱 데님 팬츠 22만8000원, 손에 들고 있는 비니 7만8000원.

하지만 ‘딱 봐도 친구 너무 좋아할 것 같은’ 이동욱은 이내 친구들 얘기를 나누며 다시 확신에 차 있다. 사실 그는 드라마 이후에도 이어지는 이런저런 바쁜 스케줄로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친구들과 함께한 여정이어서 꽤 즐거워 보였다.“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여서 좋은 것 같아요(이번 화보의 공동 캐스팅으로 열연한 막역한 친구 배우 이진욱과 절친인 작곡가 수호가 일정에 함께했다). 이런 적이 거의 처음인 것 같고. <여인의 향기> 끝나고 모두 함께 단합대회처럼 떠난 세부 여행도 진짜 좋았어요. 작품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선아 누나를 비롯해서 다들 정말 즐거웠던 것 같아요. 선아 누나요? 상대를 압도하지 않고 잘 배려하고 맞춰주는 연기를 할 줄 아는 사람이에요.” 그러면 팬들 사이에서 ‘욱 브라더스’로 통하는 친구 이진욱에 대해선? “진욱이는요, 정말 지적이고 멋진 친구예요. 진욱이가 작품 끝나고 바르셀로나에 한 달 정도 여행으로 머문 적이 있어요. 이 친구는 이따금 그래요. 그때 박물관이며 갤러리… 그런 곳들을 열심히 다니는 친구가 진욱이에요.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정말 잘해요. 네, 말씀처럼 저랑 정말 잘 맞고요. 근데 우리끼리 어제 새벽 5시까지 얘기하면서 놀 때 나눈 얘긴데, 그런 건 있어요. 저는 진욱이가 연기에 있어서 어떤 틀을 좀더 깨버렸으면 좋겠어요. 진욱이는 정말 많은 걸 보여줄 수 있는 배우거든요.”

자, 이제 고백해야겠다. 에디터 또한 촬영과 인터뷰를 하기 전 배우 이동욱을 샅샅이 파헤쳐보겠노라고 야무지게 계획했었음을(그러나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바쁜 일정으로 그에 대한 사전 ‘공부’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결국 탱고를 추는 듯 어떤 긴장감을 놓치 않는 이 배우 앞에서 실토하고야 말았다.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이어서 실례를 무릅쓰고 이야기하는데, 당신의 드라마를 거의 챙겨 보지 못했노라고. 예의 또 긴장하고 말 때 그가 별 일 아니라는 듯 무심한 얼굴로 이야기한다. “그럴 수도 있죠 뭐, 이런 경우 작품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하긴 어렵겠지만 사실 이런 게 나을 수도 있어요.” 솔직하게 이야기를 이어가는 이동욱은 강지욱이란 캐릭터가 너무 쉽게 ‘까도남’ ‘차도남’ ‘까칠남’으로 표현되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했다. 최근 색다른 재벌 2세 캐릭터가 계속 나오고 있는 시점이고, 지욱이는 그냥 재벌 2세가 아니라고 했다. 적어도 이동욱이 이해하고 표현했던 강지욱은. 에디터는 그때 ‘강지욱과 본인의 닮은 점과 차이점은?’이란 클리셰를 던질까 하다가 관두기로 했다. 어차피 이동욱이란 사람, 한두 번 만남으로는 도무지 알기 힘들겠단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예능에서 보여준 모습도 그렇고. “네, 얼마 전에 <힐링 캠프>에 출연하기도 했고, 예능도 재밌는 것 같아요. 예전에 시트콤 할 때 ‘나는 정극을 해야 하는 사람 아닌가’란 설익은 생각을 하기도 했었죠. 그런데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때 연습한 순발력이 나오는구나란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지금은 뭐든 제한하지 않고 부딪혀보려고 해요.” 막연히 상상해볼 때 연기 외에 가장 해보고 싶은 것이 본인 이름을 내건 토크쇼라는데, 시공을 초월해 인터뷰한다면 누굴 해보겠느냐라는 질문엔 “세종대왕, 히틀러 그리고 알파치노”란다. 그래, 세종대왕, 히틀러, 알파치노 앞에서도 이동욱은 그 모습 그대로 거침없고도 또 동시에 진지한 이동욱일 것이다. 스탠리 해변의 불빛이 완전히 잦아들고 벨벳 같은 깊은 어둠이 내려앉았을 때 그렇게 우리는 차에 올라 소호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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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그레이 후드 티셔츠 10만8000원, 체크 셔츠 11만8000원, 데님 팬츠 26만8000원, 베이지 슈즈는 홉킨스 10만9000원.

이진욱이라는 차가운 열정

지금 우리는 72%의, 달짝지근도 아니고 뭔가 ‘오리지널’ 그 자체의 진하디진한 초콜릿 음료를 앞에 두고 아늑한 동굴 같은 홍콩 소호 골목의 한 카페에 앉아 있다. 그런데 이곳 홍콩에 와서 이런 말 하기엔 뜬금없는 소리지만 이진욱과 이야기를 나누려니 사실 이곳이 홍콩보단 도쿄였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손때 묻은 낡은 책들과 레코드, 일렉트로니카 CD들이 정갈하게 진열된 느릿하고 귀여운 서점과 쇼윈도로 햇살이 쏟아지는 옷 가게들, 그리고 영화 <4월 이야기>처럼 벚꽃이 물방울처럼 퍼져나가는 그곳 나카메구로 말이다. “오늘 촬영 너무 재밌어요. 일하는 게 정말 즐겁다란 생각, 방금 또 했어요.” 보는 사람을 무장해제시키는 담백하고 천진한 미소의 미스터 스마일, 이진욱과 함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그건 촬영을 진행하는 스태프로선 정말 듣고 싶은 말이었지만, 사실 에디터는 순간 조금 어안이 벙벙했음을 고백한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 이진욱은 화보의 스토리상 친구와 연인의 배신 장면을 우연히 목격하고 황망히 돌아서는 신을 촬영하고 난 직후였기 때문이다. 복잡한 감정이 얽힌 강렬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목도하며 골목을 돌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담백하고 환한 웃음과 함께 그렇게 말하는 이 남자, 진부하긴 하지만 ‘역시 배우다!’란 감탄사를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그와 꼬리에 꼬리를 문 이야기를 나누다 알게 된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편안하고 즐겁게 해주는 나이스함, 그리고 부드러움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함. ‘과연 공존 가능한 것인가’ 싶은 두 가지 분위기를 타고난 것처럼 오가는 사람이지만, 정작 스스로 이야기하는 본인은 원래부터 편안한 스타일은 아니었다고 한다.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달라진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서 세상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고나 할까. 그전에도 없던 건 아니었지만 어떤 책임감 같은 게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일하는 것, 인간관계 모두에서요. 예전엔 그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걸 안 좋아하는 성격이 있기 때문에 잘해주려 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연기자이자 작품의 일원으로서 더욱 책임감을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작품을 만드는 환경에도 마음이 가는 것 같아요. 물론 연기에 대한 책임감은 더더욱 그렇고요. 나도 빛나고 다른 사람들도 작품으로 빛나면 좋으니까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그게 과연 쉬운 일일까’란 생각이 머물었던 건 최근작 <스파이 명월>을 떠올렸을 때다. 모두가 알다시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그 일 말이다. “기획 단계부터 제작 환경까지 문제가 이어지던, 쉽지 않은 작품이었어요. 아시다시피 어려운 일이 있었고. 그런 상황 속에서 남자 배우가 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연기 외에도 책임감을 갖고 스태프들을 끌고 가고 어떤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요. 아, 이 친구 동욱이가 그런 역할을 참 잘해요. 연기도 잘하지만 현장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힘이 동욱이에게 있어요. 전 요즘 ‘연기할 때 자기를 버리는 법을 알면 좀더 자연스러운 것 같다’란 생각을 많이 해요. 제 자신을 아직은 많이 던져보지 못했지만 많이 버리려고 노력해요. 요즘 그러고 있어요.” 옆에서 그런 말을 묵묵히 듣고 있는 이동욱을 문득 보던 이진욱이 갑자기 장난스런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한다. “근데 솔직히 <달콤한 인생> 전엔 이동욱에 대해 별 느낌 없었어요. 하하. 그런데 그 작품에서 눈으로 연기하는 묘한 감정들, 캐릭터에 잘 빠져드는 성격을 보곤 ‘친해지고 싶다’란 생각을 하게 됐죠. 배울 것이 많고 함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친구예요. 동욱이랑 같이 촬영 온 게 처음인 것 같아요. 너무 편하고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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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체크 셔츠 11만8000원, 데님 재킷 17만8000원, 네이비 저지 카고 팬츠 16만8000원.

사실 이번 여정에서 참 지루할 틈이 없던 건 너무도 다른 듯하지만 또 너무 비슷한 이 두 남자를 관찰하는 시간 때문이었다. 진지한 두 배우인가 싶으면 어느새 예측불허의 장난기와 엉뚱함이 튀어나오는 건 그들의 교집합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그건 이진욱 쪽이 조금 더하다. 그런 이진욱의 돌발 매력은 최근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이미 확인된 바 있다. 국민 MC 유재석을 전율케 했다던 매력적인 엉뚱남 이진욱은 ‘예능을 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답한다. “너무 재밌었어요. 예능도 어떻게 보면 연기의 연장선상이죠. 근데 저는 예능에서 노력해서 갈 것 같진 않아요. 일단 예능 경험이 없으니까 수위 조절하기도 어렵고요 그래서 방송 분량을 뽑거나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주겠단 생각 같은 건 못했구요 그냥 제가 재밌어서 한 것뿐이죠. 그렇게 한 걸 MC들이 잘 만들어준 거예요.”

그렇게 사람들과 더불어 일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는 듯 보이는 이진욱은 사실 타고난 ‘집돌이’ 쪽이었다. “더불어 사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단 생각 요즘 많이 해요. 하지만 원래는 혼자 있는 걸 좋아했어요. 집에 있을 때면 주로 ‘멍 때리는’ 편이고, 집에서 영화나 책 보고 음악 듣는 걸 좋아하죠. 제대한 이후에 성격이 바뀌면서 요즘은 그런 시간이 줄었지만요. 영화요? 예전엔 생각 많이 하는 영화, 보는 게 쉽지 않은 영화들을 일부러 찾아보고 빠져들고 하는… 그렇게 약간 현실과 동떨어진 생활을 20대에 많이 했죠. 그런데 배우가 그런 성향이 있는 건 좋은 게 아닌 것 같아요. 요즘은 새로운 삶의 습관들이 생겨서 좋아요. 훨씬 밝아졌고 주변에 사람도 많아지고요.” 그렇게 살고 연기하는 즐거움에 푹 빠져 있는 듯한 이진욱이 짧은 찰나 후 말을 잇는다. “일하고 있을 때가 가장 좋고요. 일이 끝나면 되게 허무해요.” 그런 그에게 가장 좋았던 역할은? “드라마 <썸데이>의 임석만이에요. 참 불쌍한 캐릭터죠. 사실 그 전까지 맡았던 역들은 불쌍하긴 한데 먹고사는 건 문제없었던 역할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석만이는 불행한 일도 많고 그래서 사는 것도 너무 힘들고. 하지만 그래도 밝게 살려고 하는 몸도 마음도 건강한 청년이에요. <비포 앤 애프터 성형외과>의 한건수라는 캐릭터도 좋았고요.”

진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느냐는 질문엔 이렇게 말을 잇는다. “배우들에겐 많은 색깔이 섞여 있기 때문에 본인에게 딱 맞는 역할, 연기하기 편한 역할이란 사실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제 자신이 아직은 신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작품을 대할 때 상당히 열려 있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다음 작품은 이러이러한 걸 하겠다고 생각하기 이전에, 좀 포괄적인 대답일 수도 있는데… ‘좋은 작품’ ‘선택해서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물론 상황에 이끌려 하게 되는 작품들이 있기도 하지만 뭐든 마음이 가야 좋은 연기가 나오는 것 같아요. 일단 더 해봐야 어떤 역할이 하고 싶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는 것도 그렇잖아요. 나이대별로 깨달아야 하는 것들이 반드시 있고, 느낌이 온 김에 살아봐야 하는 거잖아요. 그래야 후회가 없을 테고요.”

그와의 대화는 조금 과장을 보태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친구끼리 이야기하는 것처럼, 편안하고도 유쾌하게 계속된다. 다함께 밤을 새도 좋을 만큼. “30대에 꼭 해보고 싶은 거요? 대륙 횡단이요. 무인도에 가서 살아보고 싶고요. 연기 안 했으면 배 탔을 것 같기도 해요. 뱃사람에 대한 로망이 있거든요. 자연과 싸우는 원초적이고 숭고한, 진정한 남자의 일이니까요.” 그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왠지 <쇼생크 탈출>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다. 그의 말처럼 자신을 던지고 던져서, 끊임없이 스스로의 내피와 외피를 깨고 마침내 너무나 자유로운 모습으로 유유자적 해변에서 작은 배를 손질하고 있는 어떤 남자의 이미지를 말이다. 그가 그 해변에 도달하기 전에 이 인터뷰는 하얀 편지지에 고이 봉해서 굵은 아름드리 나무 아래에 숨겨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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